녹색당과 좌파당의 선택
[녹색정치 리포트] 2025 독일 총선(3) ‘존재감’과 ‘선명성’ 사이의 정치 전략
녹색정치연구소는 2025년 2월 23일(현지시간)에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 관한 리포트를 발간합니다. 1회에서는 조기 총선의 배경이 된 ‘신호등 연정’의 붕괴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 2회에서는 선거 결과와 전망을 제시하며, 3회에서는 녹색당과 좌파당의 정치 전략에 관해 분석합니다.

(출처: commons.wikimedia.org)
2025년 독일 연방하원 선거에서 녹색당과 좌파당이 각각 얻은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 계량적으로 보자면 13.5%의 의석률(85석)을 얻은 녹색당이, 10.2%의 의석률(64석)을 얻은 좌파당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보자면 녹색당은 의석률이 다소 하락했지만(2021년 16.1% → 2025년 13.5%), 좌파당은 대폭 상승했다(2021년 5.3% → 2025년 10.2%). 그래서, 어떻게 봐야 할까?1
<표1. 2025년 제21대 독일 연방의회 선거 결과>

© 녹색정치연구소 박제민 2025
녹색당은 ‘신호등 연정’에 참여했던 정당 중에서 가장 그 피해가 적었다. 양대정당으로 군림했던 사회민주당(사민당)이 3당으로 내려앉고,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원외정당이 된 것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녹색당 자체적으로만 봐도, 역대 선거 결과 중에서 2021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의석률을 얻었다. 녹색당이 독일의 정당 체계에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는데 한계를 보였다고도 할 수 있다.
<표2. 독일 녹색당 역대 선거 결과>
© 녹색정치연구소 박제민 2025
좌파당은 선거 한 달 전까지 원내 정당을 남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했지만, 하이디 라이히네크 원내대표의 연설이 큰 인기를 끌면서 대반전에 성공했다. 자라 바겐크네히트 세력이 이탈해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을 창당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듯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당원이 50% 이상 가입하여 당이 재편된 것도 선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오래도록 치밀하게 준비한 ‘전략’이라기 보다는, 뜻밖에 일회적인 미디어 ‘전술’에 의한 '이미지 선거'의 결과는 아니었는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좌파당은 독일 연방하원에서 가장 작은 정당이며,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표3. 독일 좌파당 역대 선거 결과>
© 녹색정치연구소 박제민 2025
유권자 이동을 살펴보면, 녹색당은 좌파당에 700,000명의 유권자를 빼았겼고, 기민련/기사련에게도 460,000명의 유권자를 빼앗겼다. 좌파당은 녹색당은 물론이고 기민련/기사련에게도 70,000명의 유권자를 빼앗아 왔다. 녹색당이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실상 기민련/기사련과 함께 하는 ‘흑황 연정’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보인 반면에, 좌파당이 기민련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를 맹폭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좌파당은 녹색당의 선거 전략이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녹색당은 흑황 연정을 배제했다면 유권자 이탈이 적었겠지만 정부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는 아니라면서, 역으로 좌파당을 향해 정치적 책임감을 가지고 실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림1> 2025 독일 총선, 녹색당의 지지층 이동 (단위: 명)

(출처: Infratest dimap. FES 2025에서 재인용)
<그림2> 2025 독일 총선, 좌파당의 지지층 이동 (단위: 명)

(출처: Infratest dimap. FES 2025에서 재인용)
녹색당은 지난 2025년 3월 14일 인프라·국방 특별예산 수립을 위한 기본법 개정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Casting Vote, 사실상 승패를 결정하는 3당의 역할)’를 행사하여, 기후예산을 당초 500억 유로보다 2배 많은 1,000억 유로를 확보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독일 언론은 사실상 예산안을 주도한 것이 (사민당과) 녹색당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합의를 통해 독일은 국방예산은 무한정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독일 재무장’의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기후’를 얻고 ‘무장’을 내준 녹색당의 행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녹색당은 창당 초기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비폭력/평화주의 노선을 내세웠지만, 지금은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중심으로 한 국방력 강화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토 체제를 비판하며 유럽의 집단안보를 바탕으로 군비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이제 녹색당이 아니라 좌파당의 주장에 가깝다.
그런데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에 대해서는 녹색당과 좌파당 사이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녹색당은 ‘신호등 연정’에서 외무부를 맡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용인했다. 좌파당은 라이히네크 원내대표가 2024년 3월 21일 의회 연설을 통해 가자 지구의 절망적인 상황을 언급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에도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굳이 덧붙였다. 2024년 12월 7일에는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친팔레스타인 활동가인 람시스 킬라니를 출당하며 갈등을 겪기도 했다.
녹색당과 좌파당은 당연하게도 경쟁 관계다. 2025년 총선에서 좌파당은 상당수의 녹색당 지지를 빼앗아 갔고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반대로 녹색당은 그만큼의 지지를 잃었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았고, 어쩌면 독일 정치에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녹색당과 좌파당은 다섯번째 대연정에 나서며 여전히 양대정당으로 군림하려는 기민련/기사련과 사민당과 맞서야 한다. 또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력을 키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녹색당과 좌파당이 선택한 전략이 다르다. 녹색당은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고, 좌파당은 선명성을 나타내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국내 정치에 한정된다. 국제 정치 영역에서, 특히 팔레스타인 학살에 있어서 녹색당과 좌파당은 침묵하거나 머뭇거리고 있다. 녹색당과 좌파당의 선택은 얼마나 다르고, 또 무엇이 옳은가! 전 세계에서 녹색정치, 좌파정치, 진보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이 함께 고뇌할 일이다. ●
- 의견 및 문의: greenpolitics.kr@gmail.com
1. 2021년(736석)과 2025년(630석)의 총 의석수가 다르기 때문에, 각 정당이 획득한 의석수보다 의석률로 비교한다.
녹색당과 좌파당의 선택
[녹색정치 리포트] 2025 독일 총선(3) ‘존재감’과 ‘선명성’ 사이의 정치 전략
녹색정치연구소는 2025년 2월 23일(현지시간)에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 관한 리포트를 발간합니다. 1회에서는 조기 총선의 배경이 된 ‘신호등 연정’의 붕괴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 2회에서는 선거 결과와 전망을 제시하며, 3회에서는 녹색당과 좌파당의 정치 전략에 관해 분석합니다.
(출처: commons.wikimedia.org)
2025년 독일 연방하원 선거에서 녹색당과 좌파당이 각각 얻은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 계량적으로 보자면 13.5%의 의석률(85석)을 얻은 녹색당이, 10.2%의 의석률(64석)을 얻은 좌파당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보자면 녹색당은 의석률이 다소 하락했지만(2021년 16.1% → 2025년 13.5%), 좌파당은 대폭 상승했다(2021년 5.3% → 2025년 10.2%). 그래서, 어떻게 봐야 할까?1
<표1. 2025년 제21대 독일 연방의회 선거 결과>
© 녹색정치연구소 박제민 2025
녹색당은 ‘신호등 연정’에 참여했던 정당 중에서 가장 그 피해가 적었다. 양대정당으로 군림했던 사회민주당(사민당)이 3당으로 내려앉고,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원외정당이 된 것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녹색당 자체적으로만 봐도, 역대 선거 결과 중에서 2021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의석률을 얻었다. 녹색당이 독일의 정당 체계에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는데 한계를 보였다고도 할 수 있다.
<표2. 독일 녹색당 역대 선거 결과>
좌파당은 선거 한 달 전까지 원내 정당을 남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했지만, 하이디 라이히네크 원내대표의 연설이 큰 인기를 끌면서 대반전에 성공했다. 자라 바겐크네히트 세력이 이탈해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을 창당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듯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당원이 50% 이상 가입하여 당이 재편된 것도 선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오래도록 치밀하게 준비한 ‘전략’이라기 보다는, 뜻밖에 일회적인 미디어 ‘전술’에 의한 '이미지 선거'의 결과는 아니었는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좌파당은 독일 연방하원에서 가장 작은 정당이며,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표3. 독일 좌파당 역대 선거 결과>
유권자 이동을 살펴보면, 녹색당은 좌파당에 700,000명의 유권자를 빼았겼고, 기민련/기사련에게도 460,000명의 유권자를 빼앗겼다. 좌파당은 녹색당은 물론이고 기민련/기사련에게도 70,000명의 유권자를 빼앗아 왔다. 녹색당이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실상 기민련/기사련과 함께 하는 ‘흑황 연정’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보인 반면에, 좌파당이 기민련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를 맹폭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좌파당은 녹색당의 선거 전략이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녹색당은 흑황 연정을 배제했다면 유권자 이탈이 적었겠지만 정부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는 아니라면서, 역으로 좌파당을 향해 정치적 책임감을 가지고 실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림1> 2025 독일 총선, 녹색당의 지지층 이동 (단위: 명)
(출처: Infratest dimap. FES 2025에서 재인용)
<그림2> 2025 독일 총선, 좌파당의 지지층 이동 (단위: 명)
(출처: Infratest dimap. FES 2025에서 재인용)
녹색당은 지난 2025년 3월 14일 인프라·국방 특별예산 수립을 위한 기본법 개정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Casting Vote, 사실상 승패를 결정하는 3당의 역할)’를 행사하여, 기후예산을 당초 500억 유로보다 2배 많은 1,000억 유로를 확보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독일 언론은 사실상 예산안을 주도한 것이 (사민당과) 녹색당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합의를 통해 독일은 국방예산은 무한정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독일 재무장’의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기후’를 얻고 ‘무장’을 내준 녹색당의 행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녹색당은 창당 초기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비폭력/평화주의 노선을 내세웠지만, 지금은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중심으로 한 국방력 강화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토 체제를 비판하며 유럽의 집단안보를 바탕으로 군비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이제 녹색당이 아니라 좌파당의 주장에 가깝다.
그런데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에 대해서는 녹색당과 좌파당 사이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녹색당은 ‘신호등 연정’에서 외무부를 맡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용인했다. 좌파당은 라이히네크 원내대표가 2024년 3월 21일 의회 연설을 통해 가자 지구의 절망적인 상황을 언급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에도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굳이 덧붙였다. 2024년 12월 7일에는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친팔레스타인 활동가인 람시스 킬라니를 출당하며 갈등을 겪기도 했다.
녹색당과 좌파당은 당연하게도 경쟁 관계다. 2025년 총선에서 좌파당은 상당수의 녹색당 지지를 빼앗아 갔고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반대로 녹색당은 그만큼의 지지를 잃었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았고, 어쩌면 독일 정치에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녹색당과 좌파당은 다섯번째 대연정에 나서며 여전히 양대정당으로 군림하려는 기민련/기사련과 사민당과 맞서야 한다. 또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력을 키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녹색당과 좌파당이 선택한 전략이 다르다. 녹색당은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고, 좌파당은 선명성을 나타내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국내 정치에 한정된다. 국제 정치 영역에서, 특히 팔레스타인 학살에 있어서 녹색당과 좌파당은 침묵하거나 머뭇거리고 있다. 녹색당과 좌파당의 선택은 얼마나 다르고, 또 무엇이 옳은가! 전 세계에서 녹색정치, 좌파정치, 진보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이 함께 고뇌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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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1년(736석)과 2025년(630석)의 총 의석수가 다르기 때문에, 각 정당이 획득한 의석수보다 의석률로 비교한다.